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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운틴" 2006년 3월호 도전 2030 등산모임 취재기

james11 2009. 3. 5. 22:18

도전 2030 등산 모임/산사랑 흘러넘치는 젊은 그대들


 ◇ 북한산 영봉에 모인 ‘도전 2030 등산 모임’ 회원들.


2월 10일 다음 카페 ‘도전 2030 등산 모임’에 산행 공지가 올라오자 순식간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james(김병용) 참석1/진달래(이덕필) 참석2, 모든 스케줄 캔슬 하구 감/주누(이준우) 참석3, 형님들 저 회사 때려쳤어요! 등산 다니려고요^^ 근데, 몸이 안 받쳐주네요/이코코(성연) 참석4, 눈 오면 불참. 제임스 믿고 가지요/마음짱(세헌) 참석5, 일단 휴가 내서 참석해야겠네요/까치(홍승미) 참석6. 진정 초보 코스죠?/지상비행(강하영) 참석7, 궁금혀 함 디밀어 봅니다/티라미스(박유란) 참석8/왕소라(박진희) 참석9, 간만에 평일 산행이라 갑니다/미도리(김미순) 참석10, 1년 만의 산행인가?/은결(오수영) 참석11, 스님 만나뵈러 갑니다/adagio(喜笑) 참석12/일선(沈日善) 참석13, 산행 시간 길어지면 먼저 하산합니다/별똥(이호석) 참석14, 초짜 한 명 추가요!/줄리엣(李芝明) 참석15/마린(황병진) 참석16/꾸숑(유상기) 참석17/꼬꼬마, 소세지산사랑, 지킴이 참석18~20/內山(배경규) 맘만 열심히 참석합니당. 다들 즐산하세요/보스(함은주) 정말 초보 코스군^^ 평일 산행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입니다.
취재 분위기가 아닌 진정 산을 사랑하시는 분들만 가시는군요…
궁금했다.
20·30대로만 구성된 잘나가는 산악회 있다는 거짓말 같은 사실이. 우리나라 산꾼의 연령분포 ‘50대 18.7%, 40대 12.9%, 30대 4.8%, 20대 1.2%’(본지 2004년 설문조사)의 통계와 ‘젊은 사람들은 움직이는 걸 싫어해 산에 가지 않는다’는 상식을 통쾌하게 박살낸 그 산악회의 정체가. 그들이 보고 싶고, 그 저력을 연구해 볼 요량으로 ‘도전 2030 등산 모임’의 문을 두드렸다.
작년에 우연히 알게 된 2030 회원 한 분을 통해서 운영자 김병용씨와 통화가 됐다.
그리고 2030 등산 모임 취재를 위한 산행 공지가 카페에 올라간 것이다.
깜짝 놀랐다.
5일 공지에 96개의 댓글이 달렸고, 산행은 평일임에도 스무 명의 회원이 집단적으로 참석한 것이다.
2월 15일 10시 수유역, 약속 장소에는 많은 회원이 나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날이 맑았으면 더 많은 분이 참석했을 텐데 아쉽네요.” 이번 산행을 진행한 김병용씨 눈에는 사람이 적었던 모양이다.
회원수 4711명,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회원들만 해도 700~800명에 이르기에 서로 모르는 회원들이 있을 법도 하지만 벙어리로 있는 사람은 기자 혼자였다.

 ◇ 도전 2030 등산 모임은 ‘젊은이는 산에 잘 가지 않는다’는 상식을 깬 젊고 활기찬 산악회다..


자발적인 가입, 능동적인 활동

2030 회원들과 우이동으로 이동, 영봉을 겨냥하고 육모정 매표소를 통과한다.
영봉 코스는 올해 자연휴식년제에서 풀렸는데, 무려 십 년 만이다.
날이 흐린 것이 못내 아쉽지만 2030 회원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밝다.
어제 내린 비로 등산로의 눈은 거의 녹았다.
날도 따뜻해 길이 질척거린다.
봄날 같다.
제법 가파른 날등을 30분 타고 우이능선에 붙어 한 숨을 돌린다.
“좋은 직업을 가지셨네요”, “산 잘 타시나 봐요”, “귤 드세요” 기자에게 질문과 친절이 쏟아진다.
그들의 눈에는 호의가 가득 넘친다.
산에 다니는 기자가 기특한 모양이다.
무언가 뒤바뀐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이 좋은 건 왜일까. 도전 2030 등산 모임은 2003년 5월 20일 탄생했으니 아직 3년이 안됐다.
그런데 회원은 4711명, 오프라인 산행에 참가하는 회원만 700~800명. 그렇다면 산에 다니는, 다니고 싶어 하는 수도권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이야긴데….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30의 명성이 유명하긴 유명했던 모양이다.
평소 혼자 산행을 즐기던 마음짱 김세헌씨는 관악산을 올랐다가 한 중년 부부를 만났다.
그 부부는 김세헌씨를 붙잡고, “참한 아가씨가 왜 혼자 산에 다니느냐”고, 한바탕 핀잔을 준 다음 ‘도전 2030 등산 모임’에 가입하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김세헌씨는 2030의 회원이 되었다.
2030의 회원이 된 경로를 살펴보면 김세헌씨는 특별한 경우이고 대부분 회원은 스스로 카페를 찾아와 회원 가입을 한다.
기존 산악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유나 인맥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인 가입과 그에 따르는 능동적인 활동이 일차적으로 2030 모임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힘은 아닐까. 우와! 앞에서 탄성이 터진다.
북한산은 인수봉을, 도봉산은 오봉을 앞세워 회원들의 눈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양쪽을 번갈아 쳐다보다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내딛는다.
넓다란 암반에 올라 도시락을 풀었다.
산행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의 산행 경력과 스타일을 알 수 있는 법. 누룽지, 김밥, 컵라면, 밥과 국, 과일 등 각자 취향에 맞게 싸온 도시락은 간결하고 푸짐하다.
꾸준한 산행을 해왔다는 반증이다.

일주일에 산행 7~10회

어떻게 하면 2030의 회원이 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20·30대이면 누구나 회원가입이 가능하고, 산행 공지방에서 ‘정기 산행, 무박·버스 산행, 평일 번개 산행, 주말·휴일 산행, 한북정맥 종주, 백두대간 1기팀, 백두대간 2기팀’ 중에서 자신 원하는 날짜와 산행 스타일을 선택해 참가하면 된다.
이렇게 정기산행 2번 이상, 번개산행 2번 이상 참가하면 정회원이 된다.
2030의 최대 강점은 다양한 산행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산행은 여러 형태로 구분돼 일주일에 무려 10회 이상 잡히기도 한다.
따라서 회원들은 평일 주간, 야간, 정기, 무박, 버스, 주말, 각종 번개 산행 중에서 자신의 구미에 맞는 산행을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맘만 먹으면 하루에 주간, 야간 두 번, 일주일 내내, 한 달 동안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일찍이 이렇게 많은 산행이 가능한 산악회는 본 적이 없다.
산을 좋아하는 많은 회원과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12명의 운영진, 그리고 회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미디어가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마침내 도착한 영봉, 소문처럼 인수봉은 신령스럽게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저 마력과도 같은 힘에 이끌려 하늘까지 오르려 했던 산꾼들, 그 중 일부는 안타깝게도 추락하여 영봉 근처에 추모비와 동판으로 추억되고 있다.
하루재로 내려와 내처 백운산장으로 향한다.
남성 회원들이 여성들을 위해 아이젠을 양보한다.
위문에서 만경대를 낭만길로 우회, 용암문에서 하산 길을 잡는다.
내심 뒤풀이를 기다린다.
뒤풀이를 보면 그 산악회를 알 수 있는 법. 뒤풀이 1차 분위기가 뜰 무렵, 마린 황병진씨와 은결 오수영씨는 계양산 야간산행이 있다며 과감하게 총총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 소문처럼 2030의 뒤풀이는 셌다.
나이만 젊은 게 아니라 마음이 더 젊은, 젊은 그대들이다.

다음 카페 도전 2030 등산 모임은?


2003년 5월 20일 ‘인천 2030 초보 등산 모임’으로 탄생했다.
인하공전 화학공학과 동기 박성철씨와 그 친구가 졸업 후 같은 회사에 취직했고, 집이 지방인 관계로 주말에 인천 지역의 산을 오르다 모임을 만들었다.
초창기에는 초보 등산 모임인 관계로 등산화도 없는 회원들이 많았다.
점점 수도권에 거주하는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2004년 5월 카페 명칭을 ‘도전 2030 등산 모임’으로 바꾸었다.
1대 주인장 꽃섬별장 박성철씨, 2대 웃자 이용하씨, 3대 도리 김기은씨, 4대 산풍수 정정국씨를 거쳐 현재 5대 주인장 정우성, 채수원씨가 카페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주인장은 매년 12월 선거를 통해 뽑고, 여러 명의 운영자는 주인장이 선발한다.
회원은 20·30대면 누구나 활동할 수 있고, 정기산행 2번 이상, 번개산행 2번 이상 참석하면 정회원이 된다.
정기산행은 매월 3째 주에 실시하고, 번개산행은 카페 활동 경력이 있는 정회원 이상이 공지할 수 있다.
대개 산행은 일주일 내내 빡빡하게 잡혀 있다.
회원은 4711명(2006년 2월 19일 기준)이고, 산행에 참가하는 회원은 약 700~800명 정도다.
http://cafe.daum.net/nkim

 ◇ 위문에서 용암문으로 이어지는 낭만길에서 잠시 쉬는 회원들.


INTERVIEW
도전 2030 등산 모임 운영자 김병용씨
“좋은 산을 만나 기뻐하는 회원들을 보면 흐뭇해요”


‘산은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다’는 james(닉네임) 김병용(34세)씨는 미국에서 3년간의 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우연히 2030의 창립 회원으로 가입,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립 회원들이 대부분 활동하지 않은 관계로 카페에서 김병용씨의 짬밥이 가장 높다.
창립부터 지금까지 해온 헌신적인 활동으로 회원들에게 인기가 좋아 그가 공지한 산행은 언제나 북적거린다.
덕분에 평생의 반려자 앵두 최은경씨를 만나 2년 동안 산행을 함께하다 작년 12월 결혼에 골인하기도 했다.
회원들이 젊고 산행과 뒤풀이를 화끈하게 하다 보니 결혼한 커플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김씨는 2030의 가장 큰 특징을 ‘우정과 패기’로 요약했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회원들이 어울리다 보니 배울 점이 많고, 구성원들이 젊다 보니 언제나 무모하고 무한한 도전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좋은 산에서 회원들이 뛸 듯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흐뭇하다”는 김병용씨. 그와 같은 회원들이 있기에 2030 모임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북한산 영봉…북한산과 도봉산 조망 탁월한 초보자 코스


북한산은 서울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고, 사랑하는 산이다.
북한산의 수많은 명봉 중에서 영봉이 10년 만에 자연휴식년제 구간에서 풀려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영봉은 인수봉 조망이 가장 신령스럽고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봉우리다.
산에서 죽은 악우들의 많은 추모비와 동판들이 영봉 일대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산길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올해 개방된 구간은 경기도 고양시 쪽의 한 곳과 서울 우이동 쪽 두 곳이다.
고양시 쪽에선 숨은벽 능선길(사기막골~백운봉 3.2km)이 열렸다.
우이동 쪽에선 우이능선 구간(육모정 매표소 위 용덕사 앞~육모정 고개~영봉~하루재 3㎞)과 우이동 계곡길 중 일부(옛 백운 매표소~우이산장 북한산 영봉…북한산과 도봉산 조망 탁월한 초보자 코스ㅁㅊ위 갈림길 1.2km)의 출입이 허용됐다.
따라서 이번 개방된 코스를 연결한 두 개의 코스를 그릴 수 있겠다.
하나는 초보자, 혹은 겨울에 맞는 코스로 육모정 매표소~영봉~하루재~우이산장~옛 백운매표소 코스다.
이 코스의 포인트는 북한산과 도봉산 조망이 빼어난 우이능선과 영봉에서 바라보는 인수봉의 신비로움이다.
다른 하나는 육모정 매표소~영봉~백운산장~백운대와 인수봉 사이 고갯마루~숨은벽~밤골 매표소 코스다.
이 길은 북한산을 동서로 관통하면서 북한산의 속살을 파헤치는 역동적인 코스로 영봉에서 보는 인수봉, 숨은벽의 역동적인 아름다움이 핵심이다.
특히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숨은벽이 장관이다.
길은 그늘이 많아 곳곳이 얼었기 때문에 아이젠을 꼭 챙기고 각별히 조심한다.
밤골 매표소에서 숨은벽 능선으로 붙으려면 밤골 매표소로 들어가 첫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보고 왼편의 사기매표소 방향으로 가다 보면 길 오른편에 숨은벽 능선으로 통하는 샛길이 나타난다.
교통 밤골 매표소는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로 나와 704번 시내버스를 타고 효자동 성황당 앞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육모정 매표소는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로 나와 109, 120, 130, 144, 170, 171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인 도선사 입구에서 내린다.
북한산국립공원 북한산성분소 02-357-9698, 우이분소 02-997-8365.